아이들을 캠프에 보내놓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넷플릭스를 켠다. 좀 더 자극적, 신파적인 시리즈를 켤 수도 있었지만, twin experiment 그리고 음식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클릭하게 된 컨텐츠.
YOU ARE WHAT YOU EAT : A TWIN EXPERIMENT
음식이 나를 만든다 : 쌍둥이 실험
힘겨운 워킹맘 시절
겨우 6개월 전이지만, 맞벌이 부부와 쌍둥이 아이들의 저녁식사는 대부분 외식이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이다. 부모의 퇴근이 늦든, 아이들이 원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든,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각은 대부분 7시 즈음이었고, 엄마가 건강하게 음식을 준비해 줄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그나마 구내 식당이었으면 다행이고, 외부 식당에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들 중 정해서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가는 차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먹는다 한들 요리, 육아, 뒷정리를 마무리하고 나면 씻지 않았는데도 벌써 9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계.
시간과의 싸움에서 타협하는 것은 언제나 메뉴의 한계였던 것 같다. 돈까스, 짜장면, 파스타.. 빨리 먹을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 그리고 아이들이 먹을 것이라도 건강하게 챙겨준 어느날이면 어른들의 메뉴를 따로 요리할 힘이 없다. 차라리 안하고 안먹고 만다는 심정. 그저 허기를 달래기만 하면 어느 메뉴여도 상관없었다. 나의 식단도 무너지고, 운동을 할 여유 따윈 없다. 아이들을 재촉하다 지쳐 잠들어도 11시이면 운좋은 상황이니까.
이제는 정신이 들어서 일까. 아이들도 제법 나름대로 앞가림을 하고 정서적은 물론 실질적으로 육아와 살림에 도움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한시적 전업주부의 삶. 삼시세끼를 챙기는 이 순간들 만큼은, 남편까지는 못챙겨도 우리 아이들의 입에 무엇이 들어가는가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체감하며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you are what you eat
내용은 이러하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식단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같은 운동량과 똑같이 건강한 식단(육식 포함한 잡식 vs 채식)을 제공받은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8주 후의 체내 결과를 들여다 보는 실험이다. 동일한 유전자인 그들에게 동일한 운동량을 가이드하며 단순히 '무엇을 섭취하느냐(what you eat)' 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지에 대한 내용.
채식이 좋지. 결론은 심플하지만 내용은 심오했다. 식단의 차이는 동일한 생활 패턴 내에서도 '체지방, 제지방, 기억력, 심지어 성에 관련된 부분' 까지 그 차이가 상당했다!
채식의 건강 유익을 배제하더라도, 우리가 먹는 음식의 질이 눈앞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였다. 가공육의 무익함, 합법적으로 통용되는 육류의 세균 정도, 목초지를 만들기 위한 아마존 삼림 제거,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육류인 소 cow가 배출하는 방대한 매탄가스, cage가 아닌 free range 달걀의 공간 역시 팔 한아름 정도 밖에 안된다고 설명하는 라벨의 위험성, 기형아된 얼굴로 지나친 기름기를 지닌 양식 연어.
음식을 먹으면서 환경을 구할래?파괴할래? 라고 하면 당연히 구하지 않겠다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직접적으로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알고서 먹는가에 대한 문제는, 솔직히 말하자면 나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생활비 걱정하면서 유기농 organic 보다는 일반 식품을 집어 들었던 것이 나니까.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육류 소비를 자제하기도 어렵지만, 엄마의 사명감을 띠고 좀 더 먹는 것에 대한 소비를 달리 대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 지나친 사명감으로 다음날 도시락에 간마늘이 들어간 야채볶음밥을 싸주었다가 아이들에게 불만 아닌 불평을 들어야 했던게 문제지만. 엄마의 요리 실력 역시 어떤 식재료를 제공하는가에 대한 큰 걸림돌ㅠ.
바쁜 워킹맘시절. 완전 채식을 유지하는 후배가 왜 그랬던건지, 우리 가족 먹을 음식이기에 매일 장을 보며 냉장고는 거의 비어 있다던 전업주부의 유난이 뭐 때문이었던 건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은 아는만큼 보이니까. 지금의 이 순간 만큼은 내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서, 내 가동범위 안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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