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한국에서의 할로윈은 서양문화의 유입, 혹은 영어학원에서 시작된 작은 이벤트로서 소소하게 퍼지고 있던 행사였는데, 2022년 할로윈 비극과 충격을 기점으로, 한국인에게 할로윈이라는 개념은 매우 소극적으로 변화했다. 덕분에 밴쿠버에서 맞게된 2023년의 할로윈은 자의반 타의반 그 정점을 피해서 라스베가스 여행으로 대체했더랬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할로윈 분위기를 경험하기 직전에 떠났다 왔기 때문에, 어떤 정도의 진지한 할로윈을 경험할 수 있을지 감이 없었다.
돌아온 2024년 할로윈. 내년 귀국을 앞두고 있는 마음에서 보니, 밴쿠버에서 보내는 10월은 모든 날이 마지막 경험이리라. 아쉽지 않게 보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아이들도 친구들을 통해 슬슬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
1. Pumpkin Carving (Jack O Lantern)
에드먼즈 커뮤니티센터를 지나가다가 발견한 전단지. 호박 카빙을 할수 있다고 한다. 가족당 30불. 호박속을 파고 조각하는걸 우리끼리만 할 자신은 없어서, 당시에 만석이던 액티비티에 웨이팅을 걸어놨는데 다행히 우리 순서가 돌아왔다.
우리가 10분 정도 늦게 도착해서 상태가 양호한 호박들은 이미 다른 가족들이 가져갔지만(?) 다양한 톱과 칼, 호박속을 파내는 도구 대여에, 뒷정리까지 다른 사람들이 해준다니. 너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당일 비 예보가 있었는데도, 다행히 날씨가 좋았고. 옆자리에 한국가족이 앉아 조언을 들어가며, 지침대로 만들었더니 생각보다 꽤 그럴싸한 잭오랜턴(Jack O Lantern)이 완성되었다.
그럴싸하게 집 앞에 두고, 하룻밤을 지내면서 고민이 들었다. 쥐가 들르진 않을까? 새가 다 먹진 않을까? 그러나 왠걸. 다음 날 아침 나가본 호박 근처에는 다양한 파리와 모기들이 날 반기고 있었다. 알고보니, 생 호박이기 때문에 밖에 오래 두면 습기때문에, 빨리 썩는다는 것(!). 집으로 다시 들고와서 속을 좀 더 긁어내고, 실내에서 말렸다.
2. Halloween in Canadian schools
2학년이 되어 옆반으로 각자 흩어지게 된 우리 아이들의 할로윈 당일. 할로윈은 공휴일이 아니라 등교는 하되, 코스튬을 입고와도 된다고 학교에서 미리 안내해준다. 경험이 미천한 우리는 아주 소박하게 마녀일까 말까(?) 한 복장과 디즈니 위시의 주인공 아샤의 코스튬을 입고 등교한다. 근데, 하하하, 어떤 엄마는 아이와 함께 팝콘과 코카콜라로 변신해 등장하질 않나, 엄청나게 큰 피카츄가 등장하질 않나.. 어제와 다름없는 등교길인데 벌써 눈이 즐겁다. 한 반에서는, 근처 세컨더리스쿨(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할로윈 행사에 다녀오고, 한 명은 플래너를 두고 온 바람에 돌려주러 다시 갔다가 사진 한 컷.
아이들은 서로 "What are you?" 너는 뭐로 변신했냐며 실컷 즐기는 모습이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3. Trick or Treat
드디어 대망의 시간이 돌아왔다. 다행히 학교가 마치고 나서도 비가 오지 않았고, 일단 집에가서 배를 좀 채운뒤, 잠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 집 앞에 어떤 아기들이 벌써(!)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우리 집은 타운하우스인데다가, 찻길에서 가장 가까운 바깥쪽 위치라, 누군가 용기내어 trick or treat 시작하기 좋은 곳이다. 3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사탕바구니를 들고 기다리고 있어서, 즐거운 마음에 캔디를 꺼내준 뒤 우리도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타운하우스로 시작, 맞은편에도 다른 비슷한 단지가 있는데, 그 사잇길이 넓은 인도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집집마다 들르기에 진심으로 최적의 장소였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모인 것으로 보아, 외부에서 원정온(?)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근처에 주차만 하고 집집마다 돌면 가까운 동선내에 거의 50집 이상을 돌 수 있는 느낌! 우리 아이들도 몇 집 돌아보더니, 자신감이 생겨서 이제 할로윈 사인이 있는 어떤 집 대문이라도 자신있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아, 이렇게 즐거운 건 줄 알았다면,,,!! 이게 마지막이야...!
가장 하이라이트는 어떻게 아는 것인지, 알음알음 동네사람들끼리 5시 45분에 단지 중앙계단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며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사탕수거(?)를 잠시 멈추고 아이들이 모였더니, 꽤 장관이다. 거의 7-80명되는 아이들이 모여서 그 단체사진을 찍는데, 할로윈이란 무엇인가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들에게 할로윈은 단지 무서운 유령과 귀신으로 점철된 것이 아닌, 우스꽝스러운 그 어떤 모습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1년 중 가장 신나는 행사였다. 아이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고, 정말 즐거웠던 하루를 만들게 되어 행복했다.
4. 불꽃놀이(Fireworks)
밴쿠버에 살면서 불꽃놀이를 볼 기회가 몇번 있었는데, 서울이나 부산에서 보던 것 보다는 상당히 규모가 적었던지라, 큰 기대는 접었더랬다. 메트로타운에서 할로윈 기념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발레수업 후 몸도 꽤 피곤했었지만, 아이들이 가고 싶다고 하여 공원 근처 주거지역에 다행히 주차한 뒤, 다행히 도착 5분만에 신나는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생각보다 규모도 컸고, 안왔으면 어떡할뻔 했냐며,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맘껏 눈에 담자고, 아이들을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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